산성과 성곽

흔적만 남은 성, 김해읍성에서 가야의 길을 걷다

레트블 2026. 10. 11. 18:35

흔적만 남은 성, 김해읍성에서 가야의 길을 걷다

복원된 북문에서 수로왕릉과 국립김해박물관까지, 사라진 읍성의 자리를 되짚는 도보코스

읽는 시간 약 6분 · 걷는 시간 약 67분

김해읍성 전경
위치 경상남도 김해시 분성로335번길 44 (동상동)
코스 9개 지점 · 약 4.08km
도보 약 67분
분류 산성과 성곽

김해읍성은 지금 들어가 볼 수 없는 성이다. 세종 16년(1434)에 돌로 쌓은 성벽이 처음 들어섰고, 문종 원년(1451)에는 둘레 4,418척, 높이 13척에 여장 931개소를 갖춘 규모로 완성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1], 1910년 철거령 이후 성벽 대부분이 사라져 동상동 818번지 일대에 북벽 일부만 겨우 남았다[2]. 2008년 5월 1일 준공식을 치르며 다시 세운 북문도 지금은 성벽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다[3]. 그런데도 이 성이 있던 자리를 따라 걷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북문 바깥에서 시작해 향교와 옛 관아 후원, 시장을 지나 가야의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사라진 성 대신 그 성이 지키려 했던 도시의 오래된 뼈대가 드러난다.

01. 복원된 문, 들어갈 수 없는 성

 

김해읍성 북문은 세종 16년(1434)에 돌로 쌓은 성벽으로 처음 축조됐고, 문종 원년(1451)에는 둘레 4,418척, 높이 13척, 여장 931개소를 갖춘 규모로 완성됐다고 전해진다[1]. 하지만 1910년 철거령이 내려진 뒤 성벽 대부분이 사라졌고, 지금은 동상동 818번지 일대에 북벽 일부만 길이 약 20m, 높이 2.5m 규모로 남아 있을 뿐이다[2].

지금 서 있는 북문은 성벽 하부 구조와 축성 기법을 조사하고 옛 지도·문헌을 고증한 끝에 2008년 5월 1일 준공식을 치르며 다시 세워졌다[3]. 목조 문루와 옹성, 여장까지 갖춘 모습은 조선왕조실록과 김해부내지도 같은 자료를 근거로 고증됐지만[4], 지금도 성벽 안쪽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다[2].

02. 길 하나를 사이에 둔 향교

 

북문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김해향교가 나온다[5]. 가정 이곡이 지은 「김해향교수헌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향교는 고려 후기에 이미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7].

조선시대 들어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뒤 다시 지어졌다가, 숙종 14년(1688)에는 부의 동쪽으로 옮겼고, 영조 46년(1770)에 이르러서야 지금 자리인 북쪽으로 다시 옮겨 지어졌다[6]. 성문과 유교 교육기관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배치는, 읍성이 방어시설만이 아니라 행정과 교화가 함께 돌아가는 도시였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김해향교 모습
김해향교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3. 누각은 사라지고, 기둥 하나만 남았다

 

향교를 지나면 지금은 연화사라는 절이 들어선 자리가 나온다. 이곳은 왕명을 받고 내려온 관리를 대접하던 김해객사의 뒤뜰, 이른바 김해 객사 후원지였다. 1820년경 제작된 「김해부내지도」에는 이 후원 안에 연자루와 함허정이 함께 그려져 있다[8].

연자루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대 누각으로 불릴 만큼 이름이 높았던 건물로,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676년 김해부사 변국한이 다시 세웠지만 1932년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9]. 지금 연화사 경내에는 누각을 받쳤던 돌기둥 하나만 남아, 한때 이 자리에 있었던 건물의 크기를 짐작하게 할 뿐이다.

김해 객사 후원지 모습
김해 객사 후원지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4. 시장이 성벽의 빈자리를 채우다

 

객사 터를 지나 좀 더 걸으면 동상전통시장이다. 이 시장은 1945년 무렵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 1974년에 정식 시장으로 등록됐다[10].

2017년에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시장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9년 12월에는 청년몰까지 문을 열면서 세대와 국적이 섞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11]. 성벽이 철거된 자리에 남은 건 빈터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05. 조개더미 위에 세워진 왕국

 

시장을 벗어나 가야의 거리 방향으로 걸으면 김해 봉황동 유적이 나온다. 이곳은 한국 최초로 근대적 발굴조사가 이뤄진 회현리 패총과, 금관가야의 생활 유적인 봉황대가 합쳐져 2001년 2월 5일 사적으로 확대 지정된 곳이다[12].

회현리 패총은 1907년 대한제국 시기에 조사가 이뤄진 곳으로, 조개껍데기와 함께 철기·골각기·토기·탄화미 같은 유물이 출토돼 가야 시대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13]. 성벽보다 훨씬 오래된 시간의 층이 이 언덕 하나에 겹겹이 쌓여 있다.

김해 봉황동 유적 모습
김해 봉황동 유적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6. 한옥 한 채, 체험관이 된 쉼터

 

가야의 거리를 따라가면 왕릉길에 자리한 김해한옥체험관이 나온다. 김해시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한옥 체험 시설로, 숙박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19].

체험관 담장을 따라 돌담길이 이어지고, 그 길 끝에 수로왕릉이 있다[14]. 가야 유적을 보며 걷다가 한옥 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이 구간은 코스 전체에서 유독 걸음이 느려지는 자리다.

김해한옥체험관 모습
김해한옥체험관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7. 158세까지 살았다는 왕의 무덤

 

수로왕릉은 가락국, 곧 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로 알려진 수로왕의 무덤으로 납릉이라 불린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73호로 지정됐다[15].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는 수로왕이 158세까지 살다가 199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적혀 있지만, 이는 신화적 서술이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왕릉 모습은 조선 선조 13년(1580)에 대대적으로 개축되면서 갖춰진 것이고, 경내에는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도비 같은 석조물이 함께 남아 있다[15].

수로왕릉 모습
수로왕릉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8. 허황옥은 정말 아유타국에서 왔을까

 

수로왕릉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지봉과 나란히 자리한 게 수로왕비릉이다[16]. 『삼국유사』에는 왕비의 성이 허, 이름이 황옥이며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16세에 배를 타고 와 수로왕의 왕비가 됐다고 적혀 있다.

왕비릉 아래 놓인 파사석탑도 같은 기록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 파도를 가라앉히려고 싣고 왔다는 돌로 설명된다. 신화의 신빙성과는 별개로, 왕비의 출신 전승이 탑이라는 실물과 함께 전해진다는 점이 이 무덤을 다른 왕릉과 다르게 보게 만든다.

수로왕비릉 모습
수로왕비릉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09. 박물관이 구지봉 밑에 자리한 이유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 신화가 뿌리를 두고 있다는 구지봉 자락에 자리하며, 1998년 7월에 개관했다[18]. 박물관 앞을 지나는 가야의 거리는 국립김해박물관부터 봉황대까지 2.1km에 걸쳐 해반천, 봉황동 유적, 수로왕릉, 대성동고분군을 하나로 엮는 역사경관축이다[17].

성벽을 따라 걷던 길이 결국 신화의 발원지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이 박물관은 김해읍성 도보코스의 종착지이자 동시에 더 오래된 이야기의 입구이기도 하다.

국립김해박물관 모습
국립김해박물관 모습 —
한국관광공사 제공(공공누리 제1유형, 출처표시)

김해읍성은 문을 다시 세워도 성 자체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소이고, 그 빈자리의 의미는 성 밖으로 걸어 나가 향교·시장·가야 왕릉까지 함께 읽어야 비로소 드러난다.

지점을 걷다

흔적만 남은 성, 김해읍성에서 가야의 길을 걷다 걷기 지도

실제 지도 타일이 아니라 지점 좌표를 투영해 단순화한 노선도입니다.

전체 코스

지점 구간 정보
1. 김해읍성 북문 머무는 시간 약 15분 · 복원된 옹성과 여장의 쌓기 방식을 바깥에서 살펴볼 것 — 안쪽 출입은 불가
2. 김해향교 이전 지점에서 약 150m(도보 약 3분) · 머무는 시간 약 10분 · 대성전과 명륜당의 배치로 조선 향교의 전형적 구조를 확인할 것
3. 김해 객사 후원지 이전 지점에서 약 520m(도보 약 8분) · 머무는 시간 약 10분 · 연화사 경내에 남은 연자루 돌기둥을 찾아볼 것
4. 동상전통시장 이전 지점에서 약 400m(도보 약 7분) · 머무는 시간 약 15분 · 다문화 먹거리 골목과 2층 청년몰을 함께 둘러볼 것
5. 김해 봉황동 유적 이전 지점에서 약 700m(도보 약 12분) · 머무는 시간 약 20분 · 복원된 고상가옥과 망루로 가야 시대 생활상을 가늠해볼 것
6. 김해한옥체험관 이전 지점에서 약 498m(도보 약 8분) · 머무는 시간 약 10분 ·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돌담길을 눈에 담아둘 것
7. 수로왕릉 이전 지점에서 약 231m(도보 약 4분) · 머무는 시간 약 20분 · 숭선전과 신도비, 납릉 정문의 쌍어문 문양을 확인할 것
8. 수로왕비릉 이전 지점에서 약 1101m(도보 약 17분) · 머무는 시간 약 15분 · 능 아래 놓인 파사석탑의 전승을 함께 살펴볼 것
9. 국립김해박물관 이전 지점에서 약 485m(도보 약 8분) · 머무는 시간 약 30분 · 가야 철기 유물과 구지봉 관련 전시실을 놓치지 말 것

총 약 4.08km · 도보 약 67분 · 체류 포함 전체 약 212분

짧은 코스(약 90분 버전)

지점 구간 정보
1. 김해읍성 북문 복원된 옹성과 여장의 쌓기 방식을 바깥에서 살펴볼 것 — 안쪽 출입은 불가
2. 김해향교 대성전과 명륜당의 배치로 조선 향교의 전형적 구조를 확인할 것
3. 김해 객사 후원지 연화사 경내에 남은 연자루 돌기둥을 찾아볼 것
4. 동상전통시장 다문화 먹거리 골목과 2층 청년몰을 함께 둘러볼 것
5. 김해 봉황동 유적 복원된 고상가옥과 망루로 가야 시대 생활상을 가늠해볼 것

시간이 부족하면: 약 100분(도보 약 30분 · 체류 약 70분)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북문은 외부에서 둘러보는 것만 가능하니 성벽 안쪽 출입을 기대하지 말 것

동상전통시장은 점심 시간대에 방문하면 다문화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은 각각 별도 능역이라 입장 동선이 다르니 안내도를 미리 확인할 것

국립김해박물관은 휴관일을 사전에 확인하고 방문 동선 마지막에 배치할 것

위치 경상남도 김해시 분성로335번길 44 (동상동)
운영시간·요금 장소별로 다르며 변경될 수 있습니다 —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코스 거리 약 4.08km, 도보 약 67분(추정치)

참고 자료

  1. 김해읍성 성벽은 세종 16년(1434)에 돌로 쌓았고, 문종 원년(1451)에는 둘레 4,418척, 높이 13척, 여장 931개소를 갖춘 규모로 완성됐다는 기록이 있다. — 조선시대 김해읍성 성벽·해자 발굴
  2. 1910년 철거령 이후 성벽 대부분이 사라지고, 동상동 818번지 일대에 북벽 길이 약 20m, 높이 2.5m 정도만 남아 있다. — 김해읍성 서쪽 성벽과 해자 확인
  3. 김해읍성 북문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어 2008년 5월 1일 준공식이 열렸다. — 김해읍성 북문 옛모습으로 '웅대'
  4. 복원된 북문은 조선왕조실록과 김해부내지도 등 옛 문헌·지도를 근거로 목조 문루와 옹성, 여장을 고증해 세웠다. — 김해읍성 북문 옛 모습 드러내
  5. 김해읍성 북문에서 길 건너 자리한 곳이 김해향교이며, 북문에서 동상시장·수로왕릉·한옥체험관·봉황동유적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가 있다. — 추석 황금연휴, 걷고 싶은 김해의 길과 함께
  6. 김해향교는 임진왜란 뒤 다시 세워졌다가 숙종 14년(1688) 김해부 동쪽으로 옮겼고, 영조 46년(1770) 지금 자리인 북쪽으로 다시 옮겨 지었다. — 김해향교
  7. 가정 이곡이 지은 「김해향교수헌기」가 전해져, 고려 후기에 이미 김해향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김해향교
  8. 1820년경 제작된 「김해부내지도」에는 김해객사 후원 안에 연자루와 함허정이 함께 그려져 있다. — 김해 객사 후원지
  9. 연자루는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영남 3대 누각으로 불렸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1676년 김해부사 변국한이 다시 세웠으나 1932년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 — 조선의 시간을 품다… 한국 3대 누각 중 유일하게 남은 건축유산
  10. 동상전통시장은 1945년 무렵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해 1974년 정식 시장으로 등록됐다. — 동상전통시장
  11. 동상전통시장은 2017년 국내 최초의 다문화시장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9년 12월 청년몰을 열었다. — 동상시장 청년몰
  12. 김해 봉황동 유적은 회현리 패총과 봉황대가 합쳐져 2001년 2월 5일 사적으로 확대 지정됐다. — 사적 김해 봉황동 유적
  13. 회현리 패총은 1907년 대한제국 시기에 한국 최초의 근대적 고고학 조사가 이뤄진 곳이다. —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던 가야의 흔적, 사적 김해 봉황동 유적
  14. 김해한옥체험관은 돌담길을 따라 수로왕릉과 바로 이어져 있다. — [여행.zip] 한옥에서 하룻밤, 가야 왕릉 따라 산책…가을 김해를 걷다
  15. 수로왕릉은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73호로 지정됐고, 조선 선조 13년(1580)에 대대적으로 개축돼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 사적 김해 수로왕릉
  16.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약 850m 지점에 구지봉과 수로왕비릉이 있다. — 김해 수로왕릉 - 가야유적
  17. 가야의 거리는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봉황대까지 이어지는 2.1km 구간으로 해반천, 봉황동 유적, 수로왕릉, 대성동고분군, 국립김해박물관을 연결한다. — 가야의 거리
  18.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 신화가 전하는 구지봉 자락에 자리하며 1998년 7월에 개관했다. — 국립김해박물관
  19. 수릉원 인근에 자리한 김해한옥체험관은 김해시에서 유일한 한옥 체험관으로 한식이 유명하다. — 김해 한옥체험관에서 보내는 따뜻한 1박2일 여행